빙산의 일각

인플레이션의 실체는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내 주장은 인플레이션은 시장에서 받아들이는것 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다.

명목적인 수치는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되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를 못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와 관련된 인플레이션 충격을정부에서 억지로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고, 밸류체인의 어느 구간에서 손실을 오롯이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를 보는 기업들 덕분에 물가 상승에 대한 충격이 아직 피부에 충분히 와닿지 않고있다는 말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손실은 공기업들이 1차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며 한국의 인플레이션율을 온몸으로 방어하고있다.

전력 – 한전에서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으며 손해를 크게 보며 전기를 팔고있다. 역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고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외상으로 사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LNG – 가스공사도 물가안정을 이유로 정부에서 가격상승분을 판가에 전가 못하도록 막고있으며 국내 판매분에 대한 적자가 가중되고 있다.

‘물가안정’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틀어막는 이 방법은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국가와 기업을 병들게 할 뿐이다.

석화산업 – 납사가격이 2배가량 올랐지만 NCC들은 다운스트림에 가격전가를 못하는 상황으로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

석화산업에서 제조산업으로 가격 전이가 이루어 지는 순간 신발, 옷, 산업재, 식품, 각종 약재 등 산업 전반의 수익은 떨어질것이고 결국 소비자에게 가격이 전가되는 사이클이 반복되면 될 수록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릴 것이다.

코로나는 공급-수요 균형이 적절히 싸이클을 타며 유지되도록 했던 글로벌 공급망을 고장내버렸다.

팬데믹으로 도시가 봉쇄되자 유가는 마이너스로 갈 만큼 수요가 급감했고 넘쳐나는 공급을 감당하지 못해 돈을 주고 내다 팔거나, 바다위에 저장용도로 쓰기 위한 탱커의 운임이 오르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는 역사적인 수요 급감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수요는 상상 이상으로 회복되었다. 

이 역시 역사적인 수요 급등이다.

수요는 견고했으나 생산설비와 운송부분은 전혀 대비되지 못했다. 부랴부랴 설비 재가동에 나서고 증설을 하고 페이를 높여 사람을 구해 공급망 정상화에 나섯지만 정상 궤도로 오기까진 생각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사이 화석연료 제품과 원자재의 재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공급은 서서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강세로 수급은 타이트하고 마진은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

어느새 원자재는 안보의 개념으로 ‘자국 우선’이 되었다.

식량 부분 인플레이션은 이제 시작인것으로 보인다. 선물 개념으로 사오는 가격이 최종 단계인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에서도 관측된다.

이는 CPI와 CORE CPI의 갭을 보면 추측해볼 수 있다.

3월의 CPI는 전년동월대비 +8.5%이다.

3월의 CORE CPI는 전년동월대비 +6.5%이다.

CORE CPI에 에너지비용과 식료품 비용이 제외된것을 감안한다면 이 둘의 차이가 2%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에너지 비용과 식료품 가격이 최종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가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가격 인상요인밖에 안보인다.

문제는, 한국은 자급자족 할만한 원자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 안보, 식량 안보 차원에서 한국의 투자 매력이 점점 사라지고 금리 매력도 잃어버린다면 한국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작년엔 그 누구도 이정도 인플레이션이 올거란 예상을 못했다. 연준조차 예상을 못했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일단 작년말부터 매달 나오는 인플레 정점론은 무시해도 될 듯 하다.

1년전엔 디플레이션을 걱정했다. 양적완화에도 오르지 않는 물가는 신통화이론까지 등장시켰다. 그러나 지금 MMF이론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돈을 풀면 금리가 먼저 반응한다.

(일본이 그토록 돈을 풀어도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일부 산업을 제외하면 산업 전반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쇠퇴하고 있기 때문임이 드러났다.)

시장금리 예측도 그렇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다 틀리고 매달 전망이 바뀐다. 일러야 2023년에 2%를 넘길거라던 국채 수익률은 10년물의 경우 벌써 3%를 목전에 뒀다.

불과 몇 달 전에 그러했듯 지금도 금리의 상단과 인플에이션의 상단을 예측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 생각된다.

결국 현상은 심리가 되어 시장에 반영된다.

지금 시황을 낙관적으로 볼만한 것이라곤 견고한 노동시장과 수요이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연착륙 시키는것이 연준의숙제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들에 의해 물가는 지속해서 우상향 압박을 받을것 같다. 소비와 고용이 양호하니 기업은 지속적으로 가격전가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모두 연쇄적으로 일어날것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려면 공급이 늘어야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증설이나 공장 가동률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가 일상의 정상화를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깨비 방망이로 없던 공급 시설을 뚝딱 만들어내거나 상품과 제퓸을 늘릴수는 없다.

종합해보면 한 가지 결론에 이른다.

결국 수요를 억제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이 가진 카드는 금리인상외엔 없다시피하다.

주식을 생각해보면 회사가 내년에도 성장할까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1. 원자재등 영업 원가 증감
  2. 인건비등 판관비 증감
  3. 판가 증감
  4. 자금 조달 비용과 이자 증감
  5. 그리고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 증감
  6. 기업의 신용도 변화

너무나 뻔한게 아닌가? 주식은 상상력이 필요하지만 지금 상황은 상상력이 그다지 없어도 된다.

IMF에서 경제성장률을 이미 내리면서 답을 알려주고 있다.

미래 수익을 멀티플로 반영하는 증시는 아직 허황될 정도로 낙관적인 수치를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매출 영익이 늘며 성장하면 멀티플도 늘어난다. 그러나 매출 영익이 줄면 멀티플도 줄어든다. 100의 20배는 2000이지만 50의 10배는 500이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해 증시에 낙관적인 기대감이 아직 여전한게 아닌가? 이미 번 돈, 즉 과거에 일어난 일의 결과로 과연 증시가 얼마나 오래 버틸수 있을까? 생각한다.

심리가 무너지면 한 순간 무너질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이 잡는다.

인내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듯 하다.

그러고보니 헛소리를 너무 길게 썼네.. 잠이나 자야지..

-22.4.25 매도포지션 1달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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